<Face ID - Epik High>, Alysha Lee 3D 작업
INTERVIEW WITH Alysha Lee
20220206
단단한 자아를 갖고 있는 사람은 소탈하며 자신이 받을 만큼의 배려를 보여준다.
알리사는 소통을 통해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낼 방법을 아는 사람이었다.
상반기 뉴욕에서 있을 그의 개인전 소식이 기다려진다.
A woman who has her own self-esteem is unaffected. She also shows as much consideration as she wants to receive. Alisha Lee was a person who knew how to get the best results throughout communication. We look forward to her next exhibition in NY.
요즘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요즘도 여전히 앨범커버 작업과 뮤직비디오, 전시준비, 광고영상등 다양한 상업예술과 순수예술을 넘나들려 하고 있어요. 뮤직비디오든 패션 쪽이든 외주를 받아서 하고 있구요. 개인적으로는 작품 판매를 해보려고 VR쇼룸과 갤러리를 만들어서 플랫폼 구축을 하고 있어요. 가상 세계에서 브랜드들이 입점할 수도 있고, 저도 다른 브랜드들과 콜라보를 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플랫폼은 빠르면 다음 달, 늦어도 2달이면 될 것 같아요. 개인전도 준비하고 있어서 6월까지는 바쁠 것 같아요.
데일리 루틴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아침에 일어나서 이불 정리를 해요. 하루를 열심히 살아보고자 하는 다짐이 되는 것 같아서. 정리를 안 하면 첫 단추가 안끼워지는 느낌이예요. 그리고 편백수를 뿌리고 창문을 열고, 밥을 시키던 커피를 사러 나가든 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향수도 되게 좋아하실 것 같은데요. 편백수는 어느 브랜드 것을 쓰세요?
그냥 쿠팡에서 샀어요
의외네요. 이솝(Yesop) 이런 데인줄 알았어요.
엄청 대용량..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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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을 제외하고는 알리샤의 정보를 볼 수 있는 창구가 많이 없어서 아쉬웠어요
이번 인터뷰가 처음이기도 하고. 다른 섭외가 들어왔었을 때는 아직 나에 대해 말할 준비가 안 되어있다고 생각해서 망설였어요. 이번에는 말하면서도 정리가 될 것 같아서 해보고 싶었어요.
유명한 작업을 많이 하셔서 잡지사에서도 많이 섭외가 들어오셨을 것 같은데.
그 때도 ‘나중에 내 생각이 구축되고 나면 글로 남겨야지’ 하고. 한 번 올라가면 내가 지우고 싶다고 지울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지금은) 지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남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했어요. ‘2022년도에는 내가 이렇게 생각했구나’ 하고 10년 뒤에 돌아볼 수도 있는 거니까.
주로 영감을 저한테서 찾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자극이나 영감을 줄 법한 매개체들을 다 끊어낸 적도 있어요.
I think I'm trying to get inspiration by myself. I've used to cut off all the mediums stimulating and inspiring.
- 알리샤 (Alysha lee)
전공은 패션을 하셨나요? 어떻게 일을 시작했는지도 궁금합니다
대학에서는 패션을 전공했는데, 손재주가 없어서 어떻게 할지 하다가 3D로 옷을 만들면 재봉도 안해도 되고 좀 더 편할것 같아서 시작했어요. 공부하다가 정작 다른 3d튜토리얼들을 보다 보니, 아예 디지털 작업으로 넘어가게 되었어요. 2000아카이브의 경우도 그렇게 만든 작업물들을 SNS에 올리는 와중에 연락이 왔어요. 처음에는 웹사이트 영상을 같이 제작하게 되었고 그 뒤로 이것저것 작업들도 같이 하게 되었어요. 저한테는 첫 외주였어요.
연도로 따지면 언제쯤인가요?
2020년도였던 것 같아요. 캐나다에서 졸업을 20년 2월 쯤 했고. 한국에 귀국하고 3개월도 안돼서 바로 외주가 들어왔던 것 같아요. 운도 좋고 빨리빨리 시작한 것 같아요.
원래 연줄이 있으신 줄로만 알았어요.
일을 기반으로 만나게 돼서 좋은 인연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나아가고 싶은 방향은 있을까요?
상업을 할까 순수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의미없는 것 같아요. 이미 같이 하고 있기도 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대신 상업적으로는 좀 팀을 꾸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외주가 많은 데 혼자 처리하기에는 너무 버겁기도 하고요.
외주 작업하는 그래픽디자인 팀이요.
맞아요. 저보다 기술이 뛰어나신 분이랑 같이 하며 제가 디렉팅을 하거나, 일감을 받아오면 일을 나누어 작업하면 좋겠어요. 저는 3D를 독학한 거라서요. 마음에 드는 팀원이 나타날 때 까지 기다릴 것 같아요.
전공을 하지 않았을 때 오는 새로움이나 독창성도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그런 부분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외주연락이 많이 오기도 하고요. 이렇게 색깔이 갖춰져있는 상황에서 기술을 넣으면 더 좋은 게 나올 것 같아요. 제가 구현하고 싶은게 무엇인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영감은 보통 어디서부터 오는 편인가요?
주로 영감을 저한테서 찾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지금은 덜한 편인데, 예전에는 영화도 안보고, 자극이나 영감을 줄 법한 매개체들을 다 끊어낸 적도 있어요. 제가 최고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였어서 다른 어떤것에서 영감을 받는걸 자존심상해 했어요. 대신 다이어리쓰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나열하거나. 글들을 짜깁기하기도 해요. 요즘에는 전시도 자주 가보려고 하고 책도 많이 읽으려고 하고. 인간 알리샤의 색이 어느정도 짙어진 상태에서 영감물에 노출되면 걸러서 흡수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철학 책을 되게 좋아하는데. 문장에서 영감을 굉장히 많이 받아요. 인생의 지혜를 발전 시킬 수 있어서 스스로가 높은 곳에 올라간 기분이예요.
보통이요? 아니면 요즘이예요?
항상 그랬던 것 같아요. 상상하는 걸 잘 하는 것 같아요. 이미지를 보면 그 틀에서 못 벗어나잖아요. 글은 본연의 내가 상상하는 대로 이미지화가 되잖아요.
2000아카이브랑 하는 스타킹 작업도 되게 새롭고 멋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거기서도 어떤 참고자료들을 주는 지, 글을 주면서 해석해달라고 하는 지. 작업이 진행되는 방식이 궁금해요.
2000아카이브에서는 완전히 작업의 자유도를 100% 보장해줘요.
컨셉에 대해서도요?
거기랑 했던 모든 작업의 자유도가 100%였어요. 그냥 ‘알리샤님 하고 싶은 대로 해주세요.’ 하고, 컨펌이 나면 출시가 되고 컨펌이 안되면 안나와요. (컨셉같은 경우는) 2000아카이브는 빈티지스러운 느낌과 영국의 감성이 있는데요. 저 스스로는 완전히 정형적인 것을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여기는 비정형적인 그래픽 작업이 들어가면 옷이랑 잘 매치가 되겠다라는 판단이 들었어요. 벽에 있는 녹슨 것 찍어서 레이어를 여러 장 올려서 만들었어요. 색감을 다양하게 나열해서 이미지파일을 넘겨 드렸는데 거기서 색을 골라서 출시를 해주셨던 거예요.
2000Archive와 Alysha lee의 협업 제품(스타킹)
Works of Alysha
@alyshasystem
「망상 월드」
■일시 : 2022. 1. 17 - 2. 20
■장소 : 갤러리밈(Gallery Meme) 1 전시장
■작품 문의 +82 2 733 8877
■info@gallerymeme.com
처음에 미팅을 했을 때 '이런 건 어때요' '저런 건 어때요' 던져요. 표정을 보면서 '다른 건 없을까' 하는 표정이면 맞을 때까지 계속 던져요. 아무리 자유도가 100이어도 마음에 안드는 경우가 생기니까.
At first meeting I'm saying, 'How about this' 'How about that'. And then if it doesn't work, I keep trying till it gets hit. Even if you want me to do all by myself, you may not like it.
- 알리샤 (Alysha lee)
협업에서는 자유도가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있고 본인과 맞지 않고 싫을 수도 있을텐데요. 협업을 잘 진행하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처음에 미팅을 했을 때 ‘이런 건 어때요’ ‘저런 건 어때요’ 던져요. 표정을 보면서 ‘다른 건 없을까’ 하는 표정이면 맞을 때까지 계속 던져요. 어쨌든 외주를 맡기려고 온 거니까 니즈를 맞추어 줘야 하잖아요. 아무리 자유도가 100이더라도 막상 받았을 때 마음에 안드는 경우가 무조건 생기니까. 그리고 어느 정도의 가닥을 잡은 다음에 작업해서 1차를 보내주고. 그 뒤로 계속 수정하고.
소통을 열심히 하려고 하시는 것 같네요. 제가 들었을 때는.
그리고 만약 결이 안맞는 브랜드인데 저와 하고 싶어 하시면, 여기서 저에게 뭘 원하는 지, 이 브랜드가 어떤 브랜드인지, 조금 더 공부를 하고 시작하는 것 같아요. 기술적으로 뛰어나신 분들은 많은데 굳이 저한테 연락을 주신 건. 어쨌든 저의 색깔도 넣기를 원하는 것으로 인지를 해요. 그리고 어느 정도까지 수용할 수 있는 지를 알고 싶고요. 원하는 이미지를 저의 작업으로서 해치고 싶지는 않아서요. 그러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좋았던 협업이나 관련 에피소드는요.
우선 에픽하이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오스카스미스 - 오스카스미스 상처가 다섯 개 (Visualizer)
CCOLA(꼴라) - WATER (Visualizer)
MÖA - Fxxkin Insomnia (Visualizer)
Yonko(욘코) - 달아나 (Visualizer)
반대로 작업이 어려웠던 협업 에피소드도 있을까요?
예를 들어 뭔가를 보내드렸는데 답장도 없고. 답장이 한 3시간 뒤에 ‘이거 아니예요’ 하고 무례하게 온다거나.. 뭐가 별로인지 말씀도 안해주시고.
개선점을 말해주시지도 않으니까.
네
그 프로젝트는 그럼 어떻게 끝내셨어요?
근데 막 오기가 생기니까. 저랑 같이 작업했는데 마음에 어중간하게 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는게 더 자존심이 상해요. 그렇게 되면 다른 작업하는데도 멘탈적으로 지장을 많이 받기때문에. 밤새 다시 만들어서 보내주고. 근데 결국 마음에 들어 하셨어요. 그 뒤로도 같이 또 작업하자고 연락오셨었는데 저는 안해요. 작업이전에 사람이 있어야해요.
한국사람의 <DABDA>
한국사람님과 <DABDA>
예전에 다른 앨범커버를 만들 때도. 연락주신 구상물이 이 정도면 포토샵으로 해도 되는데. 무조건 제가 3d로 만들어야 된대요. 무조건 칼에다가 한이 박힌 걸 해야 한대요. 저는 ‘포토샵으로 하면 되지 않나요? 왜 굳이 저에게..’ 이렇게 말씀드렸는데요. 사람들이 앨범 커버 누가 했지 하고 들어와봤는데 ‘어 다른 걸 하는 사람이네?’ 하는 걸 원했나봐요. 클래식 하는 사람이 비트를 만들어주는. 그런 느낌을 주고 싶었나봐요.
한국사람님과의 관계도 많이 비즈니스적인가요?
한국사람님이랑은 개인적으로도 엄청 친해졌어요. 성격도 잘 맞고. 사람이 엄청 젠틀하시고, 노래에는 욕이 많은데 실제로는 욕을 하나도 안하세요.
멋지다. 되게 멋지네요.
가치관도 되게 바르시고. 되게 멋있으세요. 그래서 저도 꾸준히 같이 작업하고 싶어하고요.
이건 완전 자유도가 없는거잖아요.
무조건 하나도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하신다는 건 그만큼 매력적인 무언가가 있는 거잖아요.
언제나 새롭고 재밌기도 하구요. 사람 대 사람으로서 배울점도 많아요.
-
Music Recommendation
북미에서 살다 와서 그런지 뉴욕을 베이스로 활동하고 싶어요. 뉴욕의 색깔이 묻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Perhaps because I used to lived in North America, I want to work based in New York. And I want to have my own New York color.
- 알리샤 (Alysha Lee)
요즘에도 작업에 방해되지 않게 음악이랑 영화를 잘 안 듣고 안 보시나요?
음악은 진짜 많이 들어요. 영화는 클립은 보는데 풀 영상은 안좋아해요. 어딘가 모르게 시간이 아깝다고 여전히 느껴요. 막상 보면 또 몰입해서 보긴하지만.. 음악은 팝한 재즈나 엄청 하드한 테크노나 디스코. 그런 거를 듣는 것 같아요. 아니면 모던하고 90년대 테크노도 많이 듣기는 하는데요.
저도 테크노에 빠진 지 얼마 안되었는데. 한 명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 분이요. 테크노 중에서도 디스코에 가깝다고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좋습니다. (위 사진)
작업을 할 때는 어떤 성격이에요? 몰아서 한다던지 계획대로 착착 해나가야만 한다던지요.
항상 마감에 쫓겨서 하는 것 같아요. (웃음) 내가 이렇게 짧은 시간에도 해냈네? 하는 데이터가 생기니까. 한계치가 짧아져서 점점 더 쫓기는 것 같아요
악순환이네요.
예전에는 이틀만에 했는데. 이번에는 하루 반나절이면 할 수 있겠네? 하면 또 해내고.
하루를 거의 밥도 안 먹고 하시겠네요.
그런 편이죠. 괜히 시간 번 느낌이라서 혼자 뿌듯해 하는게 저 스스로에게 좀 당황스럽긴 해요.
올해의 목표, 또 향후의 목표를 이야기해주세요.
올 하반기에는 뉴욕에서 전시를 해보고 싶어요. 북미에 살다 와서 그런지 앞으로 활동을 하게 되면 뉴욕을 베이스로 활동하고 싶어요. 뉴욕의 색깔이 묻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6월에 개인전 하고 바로 날라가는, 꽤나 가까운 미래네요.
그 때는 잠깐 설치만 하고 돌아오는 정도이지 않을까 싶은데.
아 계획이 이미 있는거예요?
계획은 가는길에 세워나가야죠. 작품을 자주 많이 할수록 내 색이 선명해지는 것 같아요. 범주를 생각하기 보다는 ‘아 내가 이런 색깔을 갖고 이런 성향이니까.’ 하면서 점점 선명해지는 것 같아요. 고민은 크게 안되는데 열심히 작업하고 작업물을 자주 내야겠다 하는 압박은 들어요.
다양한 작업들을 하고 계신데. 총체적으로 다 하고싶으신거죠?
패션에, 뮤직비디오에 국한되고 싶지는 않아요. 앞으로 알리샤의 색이 점점 더 진해질 거고. 앞으로는 기술자의 외주라기보다는 ‘이 사람이랑 하면 이런 색이 묻어나겠다’ 싶은 연락들을 기대하면서 외주를 쌓아나갈 것 같아요.
글 정태홍
사진 제공 알리샤(Alysha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