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고 붙이는 Ruth Van Beek 박의령(피처 에디터) 우리는 아주 어릴 때부터 콜라주 기법을 익히며 자란다. 유치원에 들어가면 선생님의 지휘 아래 가위를 잡고 종이를 자를 수 있게 된다. 위험한 물건을 공식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자르고 싶어 진다. 그리고 그것들을 공책과 스케치북, 벽, 친구의 머리카락에 마구 붙여대기 시작한다. 카달로그와 잡지에서 오려낸 종이들로 교과서를 포장하고 필통을 만들며 편지를 쓰는 게 유행한 적도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매거진과 음반 재킷에 콜라주가 자주 등장했다. 인터넷을 떠도는 방대한 이미지를 채집해 가위를 쓰는 대신 포토샵 툴로 오리고 붙였다. 그래서 머나먼 예술의 경지가 아니라 가까이 있는 공작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콜라주가 유행의 곡선을 타고 오르내리길 반복하는 중에도 한결같이 작업 스타일을 유지해 온 한 작가가 있다. 사진을 정말 안 찍는 작가 중 하나다. © Koos Breukel 루스 반 빅(Ruth Van Beek)은 오래된 사진첩과 중고 서점에서 수집한 책을 선생님이라 여긴다. 인터넷이 보급되기 이전 책은 정보를 전달하고 아름다움을 상기시키는 물건이었다. 검색창을 통해 몬스테라 델리시오사와 몬스테라 보르시지아나의 차이를 알고 유튜브를 보며 메도빅과 자허 토르테를 굽기 전에 책은 손으로 그린 식물의 도상을 레서피와 곱게 차려진 식탁보 위의 케이크를 보여주었다. 루스 반 빅은 여전히 여행과 고고학, 꽃꽂이 잡지 등 온갖 책에서 작품의 일부를 구한다. 그것을 마구 변형 시켜 미지의 존재를 만들진 않는다. 한 장의 이미지가 중요하지만 그에게는 이미지가 어디로부터 나왔는지가 더 중요하다. 화훼책이라는 토양에서 뿌리 뽑혀 나온 꽃 이미지는 루스 반 빅에 의해 새로이 창조된 화분과 꽃병에 식재된다. 강아지 사진이라면 강아지와 고양이를 섞어 터무니 없는 생물체를 만들지 않는다. 자연을 움직이기 위해 선택한 방법인 종이 접기로 강아지에게 동작이라는 주름을 선사한다. 그래서 오리고 붙인 결과물은 마지막까지도 사진의 영역에 머무른다. <The Arrangment> 시리즈. <The Levitators> 시리즈. 분류와 색채를 선택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루스 반 빅은 최근 이 두 가지에 더욱 몰두하는 중이다. 빈티지 사진첩에 명함을 꽂아 넣듯 비슷한 모양과 색, 쓸모를 가진 것들을 표본한다. 작품을 나열하고 전시를 배치하는 방식은 마치 인터넷 홈페이지 페이지처럼 정렬되어 있다. 가장 구식의 방법으로 가장 최신의 작업물을 담는 점이 흥미롭다. 인스타그램에서 발췌한 최근의 인스퍼레이션. @ruth_van_beek 2009년부터 최근까지의 시리즈와 출판물은 http://www.ruthvanbeek.com <Harper’s Bazaar>의 피처 디렉터다. 가장 호기심 많았던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익힌 것들을 아직 좋아한다.가끔 사진을 찍고 믹스 테이프를 만들기도 한다. 박의령 인스타그램 피드백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