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추하고 아름답고 박의령(피처 에디터) 보리스 미하일로프(Boris Mikhailov)는 우크라이나 출신 사진가로 옛 소비에트 연방시절부터 활동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오늘날까지 현존해 있다. 1938년 생으로 1960년대 이후 흐루시초프에서 푸틴 집권기에 이르는 기나긴 시간 사진을 담아온 그에 대해 지금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미하일로프는 코뮌의 공장에서 기술자로 살았다. 1966년 그가 일하던 공장이 단편영화를 제작하면서 예술적 활동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다가 영화 제작을 위해 지급 받은 카메라로 부인의 누드를 찍은 사진이 KGB에 발각되면서 공장에서 퇴출된다. 이를 계기로 미하일로프는 주류 사회에서 떨어져 나와 자신만의 시각으로 소비에트를 기록한다. 자신만의 시각, 그의 사진 활동은 거의 위법에 가까웠다. 소비에트 정권은 개인의 카메라 소지를 금했으며 아름다운 풍경과 선전 사진 외에는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세 가지 금지사항이 있었다. 2층 이상 높은 위치에서 촬영 행위 금지. 허가 없이 군사 시설, 건물, 철도 등 촬영 금지 체제 비판적인 어떤 사진도 금지 나체를 묘사하는 사진은 금지. 고전 회화 그림만 인정. 미하일로프는 오래도록 사진을 찍었으나 한 가지 방식으로 일가를 이루진 않았다. 마치 현대의 상업 사진가가 매거진의 화보를 찍듯이 시리즈마다 전혀 다른 기법을 도입했다. 이중노출과 연출 사진, 사진 위에 물감으로 색을 입혔고, 자신의 논문 종이에 사진을 붙이고 글씨를 쓰기도 했다. 방법은 달랐지만 조국의 추하고 혼란한 모습을 담는 건 동일했다. “인식의 유일성이 타당한지를 의심하기 위해서 복수의 이미지, 연속 사진, 연작 등 모든 기법을 동원한다” -열화당 사진문고 <보리스 미하일로프> 3p 중에서 - 60년대에서 70년대 중반까지 지속된 ‘붉은 연작’은 소비에트를 상징하는 붉은색이 들어간 사진을 모은 시리즈다. 짜 맞춰진 행진과 인파, 표식들. 사진 규제를 위반하지 않고 소비에트 사회의 경직과 암울한 기운을 기록했다. 60년대 후반의 ‘중첩 화면’ 시리즈는 그가 고안한지 15년이 지나서야 대중들에게 공개되었다고 한다. 평론가들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사진의 개념을 뒤틀었다고 악평을 했지만 대중의 반응은 열렬했다고. 미하일로프의 ‘중첩 화면’은 두 개의 슬라이드를 겹쳐 전혀 다른 해석을 이끌어내고 모순을 만들어냈다. 채색 시리즈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 ‘루리키(luriki) 연작’. 장례식에서 고인을 위해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을 일컫는 ‘주무리키(zhmuriki)’에서 따왔다. 가끔 카드뉴스를 통해 꼭 살아있는 것처럼 망자를 찍은 오래 전 필름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흑백 사진에 채색을 해 생기를 불어넣는 이 작업과 비슷하다. 미하일로프는 1970년대 가족사진을 채색하고 수정하는 일로 생계를 유지했다. 이 작법을 익명의 인물 사진에 적용해 시리즈로 재탄생 시켰다. 현대 소비에트 사진 역사에서 차용 사진을 최초로 사용한 예이기도 하다. 둘, ‘소츠 아트(sots art) 연작’. 채색은 유지하면서 차용이 아닌 직접 찍은 사진을 활용했다. 딱딱한 표정의 사람들과 색채, 방독면을 쓴 소년들과 레닌의 초상화 사이의 핑크. 어딘가 일그러진 이 시리즈는 과격하지 않은 방법으로 정권을 비웃는다. 90년대 후반의 사진은 다큐멘터리다. 시리즈의 제목은 ‘신상 조사서’이며 고향 하르키우의 부랑자 집단 ‘봄제스(bomzhes)’의 면면을 기록했다. 수백장의 사진은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니라 그들을 모델 삼아 돈을 주고 찍었다. 막 도입된 자본주의 체제를 수행하기 위함으로. 보리스 미하일로프는 1938년 8월 25일 우크라이나의 하르키우에서 태어났다. 하르키우는 러시아 혁명 이후 1934년까지 우크라이나의 수도였지만 소비에트 연방에 통합되며 소도시로 전락했다. 1941년 즈음 독일군 침공을 피해 피난을 갔을 때 빼고는 줄곧 고향에서 사진 작업을 했다. 동시대 예술가들이 명성을 얻어 모스크바로 떠날 때 조차도. 그리고 여러 상징을 지닌 하르키우는 지금 화염 속에 있다. <Harper’s Bazaar>의 피처 디렉터다. 가장 호기심 많았던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 익힌 것들을 아직 좋아한다.가끔 사진을 찍고 믹스 테이프를 만들기도 한다. 박의령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