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요즘 대학원 생활은 어떤가요?
A. 솔직한거? 대외용? 솔직하게 해주세요. 대외용이네? 대학원 생활은 평탄하게 지나가는 것 같고. 알맹이가 없잖아요. 음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해야 하나.. 대학원 생활의 장점이라고 하면 다양한 매체를 스스로 다룰 수 있다는 것. 전문적인 교수님들의 객관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 디지털 작업을 많이 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는 점에서는 좋았는데,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것 같다고 느끼기도 했어요.
Q. 하루 일과는?
A. 일단은 눈을 뜨고. 좀 생각을 합니다. 아무 생각이나 하고 핸드폰 좀 보다가, 다시 누워요. 평균 오후 다섯 시에 눈을 뜨구요. 그림 그리고 싶으면 그리고, 게임 하고싶으면 하고, 다시 자요. 좀 늦게자지 않아요? 요새는 근데 좀 일찍 자고 있어요. 그림을 뭘 그릴지에 대한 생각이 필요한 것 같아서. 그런 걸 생각하는 걸로 채우려고 합니다. 이미지에 대한 것도 얻지만, 요새는 이론적인 공부도 하고 있어서요. 아이패드로 책읽고.
Q. 작가들마다 영감을 다르게 받더라구요. 글에서 영감을 많이 얻나요?
A. 아니요. 아 너무 솔직한가. 그래서 얻기가 좀 힘들죠. 문학 책을 잘 안읽기도 하고. 매체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보거나 미학, 철학, 역사학이나 언어학적인 부분을 보려고 책을 보는 거구요. 저는 그림에 기호나 언어를 잘 쓰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를 공부하기 위해서 보려고 하는 거죠.
Q. 작업실이 집이어서 편하겠네요.
A. 너무 편해요. 배달 시켜서 먹어서 살 찌고, 까미(고양이)가 있어요. 고양이 얼마나 키웠다고 했죠? 대학교 1학년부터 키웠으니까 6살이죠. 본인에게 고양이의 의미가 있나요? 어쩌다 만나서 버릴 순 없고 키워야하니까 얘도 생명이니까 같이 살아서 6년이 지났어요. 동거묘. 딱히 관심도 필요 없고. 말도 잘 안듣지만 사고도 잘 안치고. 벽지, 장판, 그림은 안뜯어요. 대신 소파를 뜯어요.
Q. 그림에 예전보다 구상적인 게 들어간다고. 변화의 소감은?
A. 계기는 두가지였어요. 하나는 드로잉이 많이 들어가니까 (사람들이)아 이거 나도 그리겠다, 너무 그림 못그리네. 사실 못그리려고 하는거니까. 수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저도 가끔씩 슬퍼져요. 나도 약간 보여줘야지! 이런 느낌인가요? 네(웃음) 사실적인 이미지도 조금 넣고 나머지는 원래대로 채워봤는데 아직 잘 모르겠어요. 색감도 좋은데 이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 에너지가 있을까. 이런 작업을 쭉 그릴 수 있을까 하는 느낌이 좀 들죠.
Q. Project C의 의미는 계속 가져가는 거죠?
A. 큰 틀 안에서 의미는 같고, 평생 가져가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해요.
Q. 타투스티커, 디아섹 아크릴을 왜 하고 싶었는지?
A. 디아섹은 개인적으로 만들어볼 생각이 있었어요. 같이 일을 하게된 튤립에서 디아섹도 괜찮다고 해서. 한 번 해보고 시제품으로. 나중에 하기 위해서 방향성이랑 반응도 보고 싶었어요. 튤립을 어떻게 같이 키워갈까 생각도 해보고 싶었구요. 타투스티커는 생각 못했는데 제안을 줘서 좋았어요. 드로잉 타투를 요새 많이 하니까. 굉장히 만족해서 지금 손에도 붙이고. 룸메 들어오면 바로 등짝에 붙여버릴게요.
Q. 그림은 보통 얼마나 걸리나요?
A. 삼일? 이건 일주일? 근데 남들이 한달 걸릴거를 삼일만에 그리고 한달을 누워있어야 하는 게 문제예요. 혹시 MBTI가 ENTP예요? 아니 INTJ예요. 저사람은 ENTJ. 사람들 깔보는 성격이 있어요 나랑 비슷하게. 어 맞다 그거 볼 수 있어요? Black Dog. 그거 캔버스인데 집에 있어요. 2018년에 그린 거리서 평택 창고에 있어요.
TULP INTERVIEW
#001 Eo Hyung Jin
형진 작가와의 만남은 그가 말한 작품의 주제처럼 자신을 거울로 들여다보는 것 같게 만든다. 자신이 무엇을 욕망하고 있는 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바라보게 되는 것 같았다.
작가는 작업할 때 클래식을 많이 틀어 놔서 질릴 정도라고.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젠 질려서 유튜브 방송을 켠다고 한다. 왜 하필 라흐마니노프냐고 물었다. 관악기가 없는 음악이 좋다고 했다. 피아노가 주가 되는 음악을 나도 좋아하고 형진 작가도 동의했다. 불협화음이 가져다 주는 장점들에 대해 우리는 동감했다.
“어 뭐야!”. 나의 경우 잠을 깨게 하거나 형진 작가의 경우 그림 속에 과몰입하는 것을 깨워준다.
어형진
(Eo Hyung Jin, b.1995)
형진과 기준은 미술과 산업과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 다시 사진동아리와 술에 관한 얘기를 했고,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가 되었다. 기준은 자리를 떠나고 그녀와 나 사이에 맥주잔이 채워지자 조금 더 하고싶었던 미술얘기를 꺼냈다. 방에는 작품이 한가득이었다. 프라이빗 전시회는 처음이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말하고 멍하니 보고있으니 자기는 계속 고치고 싶은 게 눈에 들어온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친 직후라 그림이 좀 다르게 다가왔다. 생각보다 본능적으로 그리지는 않았구나. 내게 구상적인 요소를 넣는 게 어떻냐고 물어본 것은 치기어린 실험이 아니었다. 그녀는 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더니즘, 그리고 현대미술의 몇 가지 사조에 대해 말을 꺼냈다.
평론가적인 기질이 있는 것 같다고 내가 말했더니 웃으면서 이제야 알았냐고. 수업을 필사하는 대학생처럼 나는 그녀가 만들어준 소고기 샐러드와 짜디짠 간장플라워 볶음밥을 앞에 두고 그녀의 단어들을 최대한 흡수하려고 노력했다.
빌 비올라에 관한 이야기가 대화의 주제를 길게 끌고 갔다.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불, 물, 흙과 같은 원소적인 ‘이미지’는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필수적인 것들을 다시 인간에게 되돌려주는 것이다. 물을 뿌리거나. 사람을 불태우거나. 어형진 작가본인의 그림은 그보다 조금 더 모더니즘에 가깝다고 말한다.
그림에서 초록색 동그라미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과이다. 어떤 사과인가? 대중들에게는 아오리 사과, 평론가들에게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사과. 그리고 콜렉터들에게는 그 자신들의 심장. 어형진은 그 대상들 사이에서의 자기 위치를 고민하고 이용하려 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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