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 : 재작년에 무근본을 처음 오셨죠? 그 때는 어땠나요?

🕶동욱 : 저한테는 신기했어요. 유튜브 <나는술로> 1화로 처음 접했거든요. 조회수가 하나도 없을 때 알고리즘에 떠서요. 저는 원래도 술을 많이 먹던 사람이고 손님들이랑 이렇게 같이 뭔가를 하는 게 재밌었어요.


⭐︎튤립 : 사장님과의 인연도 궁금하네요.

🕶동욱 : 저는 12년 전에 호텔에서 짧게 일했고, 그 이후로도 10년넘게 계속 술을 마셔와서 주변에 주류 업계 사람이 많은 편이에요. 사장님은 어찌됐든 다른 일을 하다가 이게 메인 잡이 되버린 거잖아요. 제가 봤을 때는 너무 신기한 사람인 거죠. 사장님 입장에서도 유명한 바텐더들은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고, 저는 조금 다른 결이니까 편하게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 해요.


⭐︎튤립 : 요즘까지도 자주 오시잖아요.

🕶동욱 : 전 두세잔 이상은 잘 안 마시는데 대신 무근본이라는 공간이 좋아서 주변 사람들한테 많이 알려줘요. 여긴 완전 20대 초중반 층인데 저는 30대 중반이잖아요. 바 씬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친구들도 여기 와보고 싶어해요. 여기 오면 깜짝 놀라죠. 그걸 즐기고 재밌어하니까. 근데 사장님은 "오지 말아주세요.." 이래요. 부담스러운가봐요. ㅎㅎ


⭐︎튤립 : 늦었지만 간단하게 소개를 부탁해요.

🕶동욱 : 저는 JK라고 하고요.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어요. 작은 호텔에서 F&B 분야에서 짧게나마 일을 했고 위스키를 좋아했던 경험이 오래도록 남아서 이젠 사람들과 재미있게 행사도 열고 그런다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튤립 : 무근본이 다른 바들과는 많이 다르잖아요. 대신 사장님이 추구하는 것중 하나가 '내가 만든 술만큼은 맛있어야 한다'가 있거든요. 본인 기준에서는 기준치 이상인가요? 솔직하게요.

🕶동욱 : 나한테는 각잡고 맛없게 만들어줘요. 저는 앵간하면 맛있게 잘 먹는데 일부러 제가 안 좋아하는 몇 개 재료를 섞어줘요. 그리고 전 칵테일보다 위스키를 많이 먹어요. 다른 바텐더들도 다 기절하는 부분이 위스키 가격이예요. 여기서 '개쌉무' 등을 먹을 때는 그냥 재밌게 먹어야지 '맛이 어떻고 뭐가 어떻고'하면 피곤해요. 유머로 받아야지 다큐로 받으면 안 돼요. 


⭐︎튤립 : 다른 바텐더들이 이곳을 부러워한다고도 들었어요.

🕶동욱 : 확실히 그런 부분을 사장님이 부담스러워해요. 업계의 전문가들이 오면 보면 평가를 할 확률이 높으니까요. '여기 너무 좋다 또 오자' 하는 애들이 훨씬 많긴 하지만 '나 여기 진짜 못 오겠다'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요. 부러워하는 건 제도권에 속해있지 않다는 거예요.


⭐︎튤립 : 예를 들면요?

🕶동욱 : 청담에 유명한 바에서 먹으면 한 잔에 3만원 대가 넘어가기 십상이에요. 높은 돈을 지불하는 손님들을 위해 칵테일 메이킹을 하기까지 모든 바텐더들이 오랜 기간 훈련을 거쳐야 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 제도권에 속해있는 바텐더들은 업장에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 대부분이예요. 특히 손님 상대하는 응대 방식은 무근본과 많이 다르죠. 메뉴판에 '직원에게 플러팅은 사장한테 허락맡고 해라'라는 식으로 장난섞어 써있고요. 그런 자유로움을 원하는 사람들은 부러워해요.


⭐︎튤립 : 무근본의 매력은 뭘까요?

🕶동욱 : 아까 했던 말과 비슷해요. 첫 번째는 이 분위기가 감당이 된다면 위스키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천국이다. 두 번째는 사장님이나 직원들이 나를 어렵게 대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모두 즐겁게 노는 복합적이고 이상한 공간이라고 봐요. 제게는 성수동에서 가장 정신 놓고 먹기 좋은, 제일 재밌는 공간이예요.


⭐︎튤립 : 위스키를 엄청 좋아하시잖아요. 좋아하는 위스키 3가지만 말해주세요.

🕶동욱 : 

1. <글렌모렌지 시그넷>. 초콜릿 향도 있고 맛도 있고. 면세점 가면 꼭 삽니다.

2. <아드벡 코리브레칸>. 아드벡의 코어 라인 중에서도 제일 도수는 높은데 그 안에서 되게 부드러워요. 피트위스키 중에서는 제일 좋아해요.

3. <조니워커 블랙>. 그 가격에 그렇게 잘 나올 수도 없어요. 제일 많이 먹고 하이볼 먹기도 좋고. <탈리스커 10>이랑 이건 늘 집에 두 병 이상은 있어야 합니다.


집에 아무리 술이 몇백 병이 있어도 먹는 건 똑같아요. 조니워커 블랙을 제일 많이 먹죠. 


⭐︎튤립 : 무근본을 제외하고 좋아하는 바도 한두 개 추천해주세요.

🕶동욱 : 제가 막 활동을 시작한 <위스키 소셜 클럽>이 있어요. 이걸 <이더웨이>라는 논현의 바에서 합니다. 거기가 저는 제일 편해서 일주일에 한 번씩은 가요. 조용하고 편안하고, 예전에 술을 같이 공부했던 동문이 하는 곳이라서. 누나가 오너 바텐더고 어머니가 요리연구가이신데 그러다보니 제철에  맞게 음식도 내주시고 하니까 좋아요.


⭐︎튤립 : 술집에서 기억나는 인연, 혹시 연인을 만난 적은 없나요?

🕶동욱 : 술집에서는 없어요. <이더웨이>에서 소개팅을 해본 적은 있죠. 망해버려서 그날 술이 진짜 맛없더라고요. 누나한테 '술이 존나 맛없어'이러니까 누나가 '네 기분이 좆같아서 그런거야' 라고요. 


⭐︎튤립 : 운영하시는 위스키 소셜 클럽도 소개해주세요.

🕶동욱 : 위쌉이라는 이름으로 토요일마다 시음회, 게더링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어요. 평소 만나보기 어려운 위스키 라인업을 준비해서 수입사 시음회랑은 다르게 편하게 술도 마시고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준비해요. 비싼 건 잔 당 3-4만원씩 하는 위스키도 있는데 지금까지 회당 7만원 정도로 구성해 엄청 혜자에요. 5월에도 2번 더 예정되어 있어요.


⭐︎튤립 : 본인의 목표나 꿈이 있을까요? 바를 차리겠다던지요.

🕶동욱 : 어릴 땐 될 줄 알았어요. 사회복지사니까 상담도 많이 하고, 사람 좋아하고 말도 많이 하지만요. 이게 알면 알수록 장사의 영역은 더 어려워요. 정말 부지런해야 하고요. 그래서 업계에 있는 모든 분들을 존중하게 되는 것 같아요. 또 실력만 좋다고 장사가 되는 것도 아니고요. 전체적인 호스피탈리티도 중요하고, 행정 서류도 할 줄 알아야 하고, 세금 계산, 부동산, 인력 관리 등등 체크할 줄 알아야 장사를 하는 건데 그런 것 없이 덤비는 사람이 많아요. 주변에 안좋은 사례도 많이 봤고 하다보니 장사만큼은 신중하고 싶어요.


⭐︎튤립 : 그래도 단 하나의 꿈이 있다면요?

🕶동욱 : 사람들하고 관계가 중요해요. 저는 고루 친하고 술 관련 행사를 가는 것도 즐겨요. 20년 뒤에도 그럴만한 여유가 있으면 좋겠어요. 쉬워보이지만 아니거든요. 결혼하면 못 갈 수도 있는 거고, 친했던 사이거 서먹해지는 경우도 당연히 있고. 우선 순위는 당연히 가족에게 가게 되고요. 부자 사회복지사라는 말 들어본 적 있어요? 농담삼아 말하길 결혼정보업체 등급 15등급이란 말이예요. 제가 술 먹는 걸 보면 사람들이 월급이 천만원이냐 하는데 그런 것도 아니란 말이예요. 저는 그런 인복이 되게 좋은 편이라서, 이렇게 쭉 가면서 사람들이랑 같이 행복하고 적도 없었으면 좋겠어요. 주변 사람들이 성공하는 것도 더 많이 보고 싶어요.


⭐︎튤립 : 벌써 이루신 것 같은데요.

🕶동욱 : 10년 전에 소주 먹던 걸 생각하면 그렇긴 한데요. 사실 바텐더들도 다 일끝나면 소주마셔요. 저도 이 나이 되면 30년산 위스키 당연히 먹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 건 아니더라고요. 어딜 가도 반가운 손님이 되고 싶어요. 진상 손님이 아니라요.


⭐︎튤립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동욱 : 튤립 파이팅! 잘 돼서 밥 사라.

동욱's Favorite 


위스키 / 글렌모렌지 시그넷, 아드벡 코리브 레칸, 조니블랙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는 동욱씨는 가게에 종종 와서 산타할아버지처럼 선물을 주고 가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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