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WITH ROSA


 인터뷰를 마친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적은 메모는 대부분 버려진다. 그러나 가령 "그림에 무슨 색을 쓰려고 하고 어떤 변화를 꾀하고 있는지" 라던지 "로사 작가는 사진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고 했다. 나처럼 쿠시코크 사진집을 사고 싶어서 디엠을 보냈다." 하는 글들은 그때를 돌아보게 한다.


 그녀는 깜빡했다며 DM으로 몇 명의 프로필을 보냈다.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라고 말하며 Arca를 소개했다. Arca 외에도 렌 항, 스탠리 큐브릭, 쿠시코크 등 취향이 많은 부분에서 일치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작가에게는 피안의 세계 시리즈와 군상 시리즈 두 가지가 존재한다. 꽤 많은 사람들에게 작가에게 색을 쓰라고 한다. 나에게 어떤 것 같냐고 묻자 문득 로사가 장미와 연관된다는 것이 느껴졌다. 장미를 그려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 전시에서는, 아마도 그 다음 그리고 그 다음 전시에서도 그녀는 죽음으로서 완성되는 렌항같은 예술가보다는 살아서 좀 더 영화를 누리고 싶다고 한다. 그녀에게는 좀 더 커다란 작업이 필요해 보였다. 그녀의 전시를 보고 나서 기억에 남는 것은 음악과 향이다. 작품이 향으로서 기억되는. 그리고 모든 재료를 건너뛰고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본인이 투영될 수 있는 작가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Drawings

꺼져 병신아 좀 꺼지라고 

차갑게 뱉는 내 말에도 너는 좀처럼 나에게서 멀어지지 않았다. 

딱 다섯발자국 

너는 딱 다섯발자국 떨어져 나에게 붙어있었다.

Q. 근황? 

A. 최근에 갤러리 미팅을 해서 바로 어제 내려왔는데요. 좋은 소식을 가지고 내려왔습니다. 일단 12월에 열리는 서울아트페어에 참여하게 됐고 작품 5개를 낼 예정입니다. 군상 시리즈를 낼 예정이구요. 갤러리 너트 소속으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Q. 이제까지의 작업과 결이 다른가요? 

A. 조금 더 발전된 느낌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과도기적인 모습이 있었는데, 인간군상 시리즈를 조금 더 발전시켜서 줄다리기나 강강수월래처럼 형태를 만들려고 합니다. 또 피안의 세계 시리즈와 결합을 시도해보려 합니다. 단색으로 처리된 군상 시리즈 안에 입체적인 점토를 넣어서 마띠에르를 넣는 식으로요. 


Q. 색깔도 쓰게 될 것 같은가요?

A. 주변에서 계속 쓰라고 하는데 타협을 하려고 합니다. 이게 색깔을 넣은건가? 그 정도로. 이번에는 색깔을 정했다. 블루 색깔로. 


Q. 스탠리 큐브릭도 엄청 좋아한다고. 

A. 아 책을 가져오려고 했는데 깜빡했네요. 저는 스탠리 큐브릭을 정말 좋아합니다. 영화에 대한 관념이 바뀌었을 정도로. 미장센이 미쳤어요. 스탠리 큐브릭은 옛날 사람이라고 할 수 없고 시간여행자가 분명합니다.


Q. 좋아하는 아티스트? 

A. 저는 렌 항을 제일 좋아합니다. 넘버 원이예요. 언제부터 좋아했는가? 한창 활동할 때. 저는 죽은 다음에 알았거든요. 저는 한참 좋아했을 때 죽었더라구요. 알고 나서 인스타 팔로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죽었다는 소식을 인터넷 기사로 접했어요. 그런데 그 사람.. 죽어서 완성된 예술가인 것 같아요. 업데이트가 안되는 건 너무너무 슬픈데 그 작품들이 조금 더 멋있다고 해야하나. 조금더 예술적인 가치를 가진다고 해야하나. 그런 말도 있는 것 같아요. 죽음으로써 완성되는? 맞아요. 그리고 살아있는 사람으로써 하기에는 너무 마스터피스였던 것 같아요 저에게는. 

 또 렌항을 좋아하는 이유가 정해져 있는 공간에서 사진을 찍지 않아서예요. 무대를 구할 때도 자기 주변에 있는 엄마, 친구들 가리지 않고 섭외해서 찍는 그런 대담함이 재미있는 것 같어요. 그 사람 작품을 보면 날 것 그 자체가 느껴져요. 사진이 그 사람의 성격을 보여주기도 했던 것 같아요.

Paintings

Q. 인생 최종의 목표가 있나요? 


A. 저는, 엄청 유명해질거예요. 얼마나? 전 렌항처럼 죽음으로서 완성되는 예술가가 되고 싶어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태홍씨랑 하는 튤립도 그렇고 유리 공예 하고 음악도 만들어요. 향수도 만들었고, 저는 가구도 만들어 볼 생각이고. 일러스트, 타투 도안을 만들기도 하고. 


 처음에는 저도 외국 작가들처럼 크루를 만들어서 다같이 작품을 만들고 싶었는데 실패했어요. 사람 관계가 힘들었어요. 혼자 멀티가 되어야겠다 싶어서 이것저것 배우기 시작했어요. 도예, 영상 이것저것 스스로 배운거죠. 한국화 서양화 할 것 없이 어떤 작품을 봤을 때 강로사 느낌, 어 이거 강로사 느낌이다 하는 한계가 없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Q. 매체가 달라져도 단 하나의 관통하는 지점이 있다면? 


A.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영화 만들기예요. 무성영화. 소리 없이 눈으로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것도 전시되면 좋겠다 그죠. 어떤 전시를 보러 갔을 때 작품이 미술관 안에서만 상영되는 20분짜리 짧은 단편이었거든요. 저는 말하는 것을 꼭 지키려고 해요. 지금 까지 한단계 한단계 밟아왔고 제가 지금 뱉은 말을 지키기 위해서 뼈빠지는 노력을 하겠죠. 어떻게든 해내려고 합니다. 


Q.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는 지? 


A. 저는 생각보다 잠을 안자요. 불면증이 심해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데 오후 열시면 잠들어요. 일찍 일어나면 2시쯤 일어나요. 작업을 하다가 세시나 네시 되면 한시간정도 더 자요. 그러면 스타크래프트를 좀 하다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요. 


 그 뒤에는요? 아, 일곱시에도 커피 한 잔을 마셔요. 커피머신으로. 그리고 집 앞에 달시라는 과자 전문점이 있어요. 맛있게 먹고 아침은 그게 끝이예요. 열시 쯤 되면 남자친구가 와요. 밥을 먹여야 하기 때문에 와요. 거의 보육이죠? 그리고 복용하는 약이 있기 때문에 그 시간을 맞춰 먹어야 하기 때문에 그렇기도 해요. 


 또 학원을 출근하고 있고, 포토샵, 일러스트 작업을 하거나 합니다. 갑자기 쇼핑하거나 혼자 사진을 찍으러 간다거나 택시타고 먼 곳으로 가거나 그러기도 합니다. 복잡하게 보내려고 해요. 잠을 몰아서 자나요? 아니예요. 그래서 너무 힘들어요. 수면클리닉을 하고 있어서 최근에는 낮잠은 좀 자요. 예전엔 잠을 못자는 게 저주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부지런할 수 있어서 감사해요.


Q. 향수와 유리공예품을 하기로 한 이유가 있었잖아요.


A. 저는 향기를 정말정말 좋아해요. 사람들이 미친소리라고 할 수 있는데 냄새로 사람을 구별하기도 해요. 대학때 진짜로 미친사람이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지만. 제가 한창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때 우울할때마다 나는 제 냄새가 있었어요. 향수로 지우려고 엄청 뿌렸어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어 쟤 강로사다 알아챌만큼. 그 때부터 엄청 좋아하게 됐는데. 블랙 오크, 샌달 우드, 깊은 바다향 이렇게 지루한 설명들이 있잖아요. 반면 저는 제 그림이 하나의 향기를 가지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요. 보통 똑같은 그림을 봐도 사람들마다 각자 다르게 느끼잖아요? 향수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그림에 대한 부가적인 설명 없이 향수를 통해 저를 느끼게 하고 싶어요. 


Q. 유리는요?


A. 제가 진짜 유리멘탈이예요. 저보고 진짜 살얼음같은 유리라고. 깨지기 쉬운 유리멘탈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나중에 보니 나는 유리멘탈이니까 그걸 재료로 써도 재밌겠다 싶었어요. 


 유리는 깨지기 쉬운 만큼 소중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작품도 마찬가지예요. 깨지고 나면 그 상실감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람들이 그 살얼음같은 것을 깨뜨렸을 때 느끼는 상실감을 한 번쯤은 경험해도 좋을 것 같아요.


Q. 좀 더 잘 깨지게 만들어야겠네요? 


A. 아주 잘 깨지게, 날카로워서 손이 베이게 만들어주세요. 아주 위태로운 그 선. 이번 전시에서 제가 만든 작품 이름이 ICE SHEET 이었는데. 빙판이잖아요. 빙판처럼 아주 위태로운. 저는 재밌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갤러리 관장님과 얘기한 것 중 하나가 그림이 지나가는 사람의 흥미를 느끼게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거예요. 제 비밀 일기장 같았던 그림을 조금 더 흥미를 끌 수 있게 할 수 있을 정도로 하려고 합니다. 야망있게 삽시다.

SCENT : ICE SH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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